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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개혁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국회의원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결국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국민연금 개혁도 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나서는 이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합의는 어렵습니다. 종종 사회 현안에 대한 TV 토론을 보면 고구마 1백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해집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가?’ 의문을 품게 됩니다. 너무 토론 과정이 지난하면 ‘합의하지 말고 그냥 사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개혁의제입니다.



 

한국 사회의 국민연금 개혁이 왜 시급한지는 국제사회와의 비교를 통해 직관적이고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들은 저마다 다른 공적연금의 도입 배경과 운영방식을 갖고 있지만 연금개혁의 출발점은 노인 인구의 증가와 출산율 감소, 노인빈곤율과 연금기금 재정의 악화 등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만큼 연금개혁을 빨리 시작한 일본은 2002년 당시 노인부양비(생산가능 인구 1백 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가 27.56명에 합계 출산율을 1.3명, 노인 빈곤율은 (2006년 기준) 29.1%였습니다. 우리의 국민연금이라 할 수 있는 후생연금의 보험료율이 당시 13.58%에서 23.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공적연금 개혁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낸 캐나다는 논의를 시작할 당시(2014년) 노인부양비가 23.03명에 합계 출산율은 1.6명, 노인 빈곤율은 10.5%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2020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노인부양비는 21.7명으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나머지 지표가 몹시 나쁩니다.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고, 노인빈곤율은 4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요약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동시에 고령인구들이 가장 가난하게 사는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민연금은 이러한 사회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03년 1차 재정계산에서 당시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 60%를 유지하면 2047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고 개혁에 나섰지만 3년이 지난 2007년 말에서야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데 합의했습니다. 5년 단위로 실시한 이후 재정계산에선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는 암울합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애초 정부가 예상했던 고갈시점(2057년)보다 3년 빠른 2054년에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소득대체율을 낮췄지만 1차 재정계산 소진시점 보다 7년 늦추는 것에 그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사회와 비교해도 극히 미미합니다. 캐나다는 2016년 캐나다연금(CPP)개혁을 통해 소득 대체율을 25%에서 33.3%로 인상하면서 보험료율을 9.9%에서 11.9%로 올렸습니다. 일본은 2004년부터 후생연금의 보험료를 매년 0.345%씩 높여가면서 2017년 이후부터는 18.3%로 고정키로 했습니다. 영국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기금의 재정 불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급개시 연령을 2027년까지 67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독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2012년부터 2029년까지 수급개시 연령을 67세로 올렸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대수명 계수제’를 도입한 핀란드도 있습니다. 단순히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늦게 태어나 기대수명이 더 긴 사람의 경우 연금 수령액을 줄이는 개념입니다. 여기에 더해 핀란드는 1965년 이후 출생 인구에 대해선 기대수명이 1년 길어질 때마다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국가들은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어떻게 도달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각 국가가 정치·사회·역사·문화적 배경이 다른 만큼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연금개혁을 이뤄냅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9년 펴낸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 대한 해외 사례 연구> 보고서를 보면 영국은 제3의 기구인 ‘연금위원회’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의회의 역할이 중요한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에선 정당 간의 합의가 주요했고, 일본은 전문가위원회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이 특징으로 꼽힙니다.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큰 독일에서도 노조와 전문가가 역할을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국가마다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다양한 특징을 지니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한 ‘공적연금 보고서’를 정확하게 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역할을 하는 조직이 어느 곳(국회, 정부, 시민사회)이든 최대한 정확하게 분석한 ‘보고서’를 토대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에서 개혁은 출발했습니다.  


연금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역할의 무게중심은 ‘국회’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2007년 이뤄졌던 2차 연금개혁에서 정당 간의 합의가 주요했었습니다. 국회가 중심이 돼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이제 국민연금의 주인공인 우리가 무엇을 읽고, 

누구에게 어떻게 국민연금 개혁을 요구해야 할지 조금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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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재호 기자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 2018년 8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 수상.

21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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