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개혁은 왜 필요한가?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36년이 지났다. 사람도 이 나이면 어른이다. ‘청년기본법’상 청년을 벗어난 장년(壯年)이고, 생애 관점에서 주된 일자리에 취업해 자리를 잡고 혼인해 부모가 됐을 나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아직 어른이 못 됐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미래가 불안하다. 이처럼 성장이 더딘 걸 제도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태생부터 불완전했기에 지속해서 보완이 이뤄져야 했는데, 제도 개혁은 2007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국민연금의 미래가 불안한 건 지난 17년간 제도의 보호자인 국회와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적 요인도 있다, 대표적인 게 잘못된 사실관계 인식에 기인한 불신이다.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하려면 적어도 명백한 사실과 문제의식에 관해선 이견이 없어야 한다. 존재를 부정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숱한 오해와 왜곡으로 존재부터 부정된다. 전제부터 이러니 보완이나 개선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여론이 안 좋아진다. 이에 본 글에서는 이견이 없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짚어보고자 한다. 적어도 이 정도만큼은 인정하고 넘어가잔 취지다.
| 국민연금제도는 왜 필요한가?
첫째, 국민연금은 가입자에게 손해가 될 수 없다. 이를 이해하려면 제도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40년간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냈을 때, 생애 평균소득의 40%를 매월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 생애소득은 ‘절댓값’이 아니다. 가입자 평균소득(A값), 물가 변화가 반영돼 과거 소득이 현재 소득으로 재평가된다. 지난해를 1로 봤을 때 1998년 재평가율은 2.371이다. 1998년 당시 보험료 산정기준 소득액인 기준소득월액이 100만 원이었다면, 연금 수급 시에는 237만 1,000원으로 계산된단 의미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식으로 매년 기준소득월액을 현재 가치로 재평가하고, 그 평균값에 가입 기간 등을 고려한 일정 비율을 곱해 급여액을 정한다.
이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절댓값’에 수익을 더해 돌려주는 개인연금과 가장 큰 차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수익비(20년 수급 기준)는 A값 소득자가 1.8배인데, 이는 재평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개인연금 시장이 성장할 때 보험설계사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수익비가 개인연금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국민연금 수익비를 절댓값으로 계산하면 A값 기준으로 3배, A값 절반 소득자 기준으로 5배가 넘는다. 이보다 높은 수익비가 보장되는 금융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수급기간이 20년을 초과하면 실제 수익비는 훨씬 더 커진다.
둘째, 국가 부도나 이에 준하는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기금 소진을 이유로 한 연금 지급 중단은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법’ 제24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위탁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지급한다.’ 이 문구 자체가 국가 지급보장을 의미한다. 국민연금법 개정이 없는 상태로 기금이 소진되면, 정부는 재정을 활용해서라도 약정된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전제로 경제위기를 언급하긴 했으나, 연금 지급을 중단해야 할 정도의 경제위기가 온다면 모든 사회보장제도가 마비될 것이다. 2008년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도 연금 지급을 중단하진 않았다.
향후 재정난을 이유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돼 급여액이 대폭 삭감된다고 해도 기존 가입자·수급자들에겐 영향이 없다. ‘헌법’ 제13조 제2항의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서 국민연금법도 예외가 아니다. 기납부 보험료에 상응하는 연금급여는 확보된 가입자의 ‘재산권’이기 때문이다.
셋째, 일각에선 국가 지급보장을 연금개혁이 불필요한 이유로 받아들인다. 어차피 모든 가입자·수급자가 연금을 받을 거면 개혁이 왜 필요하냔 식이다. 이는 연금개혁의 목적을 오해한 것이다. 기금이 소진되면 국회와 정부는 당해 지출만큼 보험료를 걷거나, 재정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보험료든, 세금이든 해당 시기 경제활동인구가 부담을 떠안는다. 미래 수급자인 현재 가입자들을 위해 막 태어난, 앞으로 태어날 미래세대에 폭탄을 떠넘기는 것이다.
|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와의 상생을 위한 것
연금개혁의 진짜 목적은 상생에 있다. 2007년 연금개혁 전 국민연금에 가입한 가입자·수급자들은 3~4배의 수익비를 보장받으면서 기초연금도 받는다. 현재 가입자들은 수익비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지균형 보험료율(19.8%)의 절반도 안 되는 보험료를 낸다. 사회적 합의를 통한 국고지원 등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현재 가입자들이 미래에 받게 될 연금급여에 상응하는 충분한 보험료를 납부한다면 미래세대의 부담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글 / 이투데이 김지영 기자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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