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날짜
20-03-25

21세기 시작을 한 해 앞둔 1999년. 한국 사회는 다가올 새 세기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죠. 이 시기, 12살을 맞은 국민연금 제도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대폭 확대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국민연금 가입대상에서 제외돼있던 도시지역의 자영업자들은 1999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국민연금 가입대상자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60세 미만은 모두 자신의 소득을 신고하고 이에 근거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게 됐습니다. 큰 직장이든 작은 직장이든, 도시에 살든 농촌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일정하게 근로소득이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된 이 시점부터 ‘전 국민 국민연금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정부는 처음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8년 이후로 꾸준히 국민연금 가입대상자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국민’연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끔 전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보장 수단이 될 수 있으려면, 가입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떡하죠? 국민연금은 최소 가입기간인 10년(120개월)을 채워야만 의무가입연령 이후에 연금을 탈 수 있는데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거나,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에 다녀서 실직기간이 긴 경우라면 어떨까요.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지 못해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최소 가입기간을 넘기긴 했더라도 국민연금을 납부한 기간 자체가 짧아서 은퇴 후에 받는 연금 수령액이 적어지겠죠.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고, 납부액이 높을수록 연금 수령액이 많아지는 구조니까요.


정부는 이처럼 국민연금 수급권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가입기간이 짧아서 노후소득보장을 위협받는 국민을 ‘국민연금 사각지대’로 보고, 이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해서 여러 가지 보완제도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특정 대상자들에게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입니다.



크레딧 제도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해주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정부는 오랜 실직, 늦은 취업 등의 사정으로 보험료를 내기 힘든데 노후소득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까지 포함해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요.


크레딧 제도의 종류를 보면 제도 운영 취지가 더 한눈에 들어올 겁니다.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크레딧 제도로는 출산크레딧, 군복무크레딧, 실업크레딧 세 종류가 있습니다.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출산크레딧아이를 둘 이상 낳거나 입양한 사람에게는 국민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시점에 가입 기간이 추가 인정됩니다. 둘째 자녀를 낳거나 입양하면 기존 가입기간에 12개월을 더해주고, 셋째부터는 자녀 1인당 18개월을 추가해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줍니다. 이렇게 출산크레딧으로 가입 기간이 12개월 늘어나면 월 연금액은 약 2만 5000원(2018년 기준) 늘어나게 되죠.


아이를 낳으면 왜 가입기간을 늘려주냐고요? 아이를 낳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가 됩니다. 부모의 출산을 장려하는 것과 동시에, ‘경력단절’로 연금 납부 시기가 줄 수밖에 없게 되는 여성 가입자의 연금수급권 획득 기회를 늘리기 위해 출산크레딧 제도가 도입됐죠.



같은 시기에 군복무크레딧 제도도 시행됐습니다. 현역병, 전환복무자, 상근예비역, 사회복무요원,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6개월 이상 복무한 사람은 6개월의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습니다. 이 역시 연금을 받는 시점이 될 때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받게 되는데요, 6개월이 더해지면 평균 약 9570원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군복무는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니 이를 인정해주자는 취지죠. 또한 군복무 기간 동안에는 취업을 하지 못하니 근로소득이 발생하지 못하고, 국민연금도 내지 못하잖아요. 그러니 군복무 기간 중 일부를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2016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실업크레딧 제도가 있습니다. 직장을 구하면서 구직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18세 이상~60세 미만)이 그 기간만큼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할 경우에 국가에서 일부 보험료를 지원해줍니다. 본인 생애 기간 중 최대 1년 동안, 인정소득(실직 전 3개월 평균 소득의 50%, 최대 7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연금보험료의 75%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25%는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크레딧 외에도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제도농어업인 사회보험료 지원제도 등을 두고 있습니다. 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농어업인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고, 이들을 가입대상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려는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에서는 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 다양한 크레딧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해외는 한국보다도 훨씬 다양한 사회적 기여 행위를 크레딧 제도 안에서 인정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경우는 양육 크레딧, 의무봉사 크레딧, 학업 크레딧, 장애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양육 크레딧이나 의무봉사(군 복무 등 국가를 위한 의무 봉사의 기간을 인정) 크레딧은 한국의 크레딧 제도와 유사한데, 학업 크레딧이나 장애 크레딧 제도는 생소하죠. 학업 크레딧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연금 크레딧 제도로, 공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득의 상실이나 감소에 대해 보상을 해주기 위해 도입됐다고 합니다. 장애 크레딧은 장애연금 수급 기간을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는 겁니다.

독일에서는 자녀양육기간, 군복무기간, 질병급여 또는 상해 급여 수급 기간, 실업급여 수급 기간, 간병인의 돌봄 기간 등을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자녀양육 기간, 다양한 소득보장 급여를 수급하는 기간, 실업급여 수급기간, 돌봄 기간 등을 인정해줍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연금제도들을 보다 보면 한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라는 것이 단순히 쌓아온 돈을 돌려주는 의미 그 이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정된 직장에서 높은 소득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연금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끔 국가가 지원하는 여러 보완책을 두고 있죠. 또 한 사회를 더 나아지게 만든 행위들을 연금 제도라는 틀 안에서 인정해주니, 연금 제도는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도 알 수 있게 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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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혜인 기자

경향신문 기자.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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