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배경과 도입 이후 변화,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이후, 실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면서 기업들은 배당을 늘리고 자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인 ‘시장을 통한 점진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많습니다.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할 문제는 의결권 자문회사에 대한 독립성·전문성 문제입니다. 의결권 자문회사는 말 그대로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국민연금에 조언을 해주는 곳입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장사는 800여개에 달합니다.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모두 결정하기에는 힘들겠죠. 그래서 의결권 자문회사에 의견을 구합니다.
의견을 물어보는 만큼, 자연스레 자문회사에 의존하게 되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가 2017년 주주총회에서 국제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의 찬성 권고안을 따른 비율이 각각 87.9%와 86.4%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그 영향력을 알 수 있죠.
우리도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하겠다고 한 만큼 엄격한 의결권 자문회사 선정·관리가 필요합니다. 자문회사가 전문성이 확보됐는지, 투자 대상과 이해상충은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말이죠.
국민연금이 위탁 운용사에 의결권을 맡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주식 투자를 할 때 직접 투자하기도 하지만 민간 운용사에 맡기기도 합니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민간운용사에 투자를 맡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도 함께 맡기기로 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볼까요. 일본 공적연금(GPIF)도 의결권을 운용사에 맡깁니다. 대신, 민간 위탁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합니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운용(APG)과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기관(NBIM) 등은 민간에 맡기지 않고 직접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국민연금도 인수합병(M&A)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이전처럼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전 국민연금이 당초 위탁운용사에 맡기기로 한 한진칼에 대한 의결권을 다시 회수한 것도 이같은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아닌, 위탁 운용사가 과연 기업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인 것이죠. 시민단체들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위탁 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이 숙제로 남았습니다.
‘투자자 연대’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투자자 연대는 뜻을 같이하는 투자자와 함께 행동하는 것입니다. 투자자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분들은 국민연금이 가진 지분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다른 투자자와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2017년 열린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한 373건 중 7건만이 최종 부결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죠. 특히, 국민연금은 투자대상 기업에서 2위나 3위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이 지분만으로는 목표한 성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시민단체에서는 지난해 주총에서 대한항공 이외에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해 목표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이같이 한계가 뚜렷함에도 아직 우리나라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투자자 연대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일본도 스튜어드십 코드 당시에는 투자자 연대와 관련된 규정이 없었지만 2017년에 뒤늦게 포함됐습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문제에서도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의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리기 위해서는 다른 투자자와 함께 행동하는 방법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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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상영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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