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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2019년 기금운용 수익률이 11.3%로 기금운용본부 설립(1999년 11월) 이후 20년 사이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기금운용본부 설립 후 두 자리 수익률을 올린 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직후였던 2009년(10.39%), 2010년(10.37%) 두차례였는데 2019년이 세번째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2019년 한해 기금운용 수익금은 73조 4천억원에 달합니다. 


이는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2천2백만 가입자들이 한해 동안 납부한 보험료의 1.5배,

한해 동안 국민연금공단이 수급자에 지급한 금액의 3.2배,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1.6배에 이를 정도로 큰 금액입니다.


누적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금은 367조 5천억으로, 총 연기금 적립금 736조7천억원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2019년 한해 동안 벌어들인 돈이 총 누적 수익금의 20%에 달해, 201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한마디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18년엔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이 -0.92%를 기록하고 5조9천억원 상당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비판 여론에 맞닥뜨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2018년 7월께 국민연금이 기업 의사결정에도 참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책임투자 강화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여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2019년 초반부터 마이너스(-) 수익률 전환에 성공하면서 전년도의 손실금을 빠르게 채워 나갔습니다. 2019년도 1∼2월 기금 운용수익률이 3.9%로 집계되면서 27조원에 가까운 수익금을 냈습니다. 연초부터 순조롭게 출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연말까지 순항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어요.

 

이로써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시행 이후부터 연평균 누적수익률 5.86%,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 5.45%, 3년 평균수익률은 5.88%을 기록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손실을 기록하지 않고 이익을 내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국민이 땀흘려 노동한 대가에서 일부를 떼 납부한 보험료는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과 직결돼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얼마나 기금운용을 잘 하느냐에 따라 연기금의 예상 소진시점은 유동적입니다. 기금운용이 잘돼 높은 수익률을 낸다면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고도 소진시점을 늦추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국회예산처>가 2019년 8월 발간한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높은 누적수익률을 계속 기록해 2019년부터 2060년까지 5.9%의 평균 수익률을 낸다고 가정하면, 연기금 고갈 시점을 2054년에서 2065년까지 11년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54년은 국회예산처 전망수익률 3.7%를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연기금 소진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2019년은 어떻게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2019년 금융부문별로 좀더 세분화해 수익률을 살펴보면 금융부문 전체 투자 중에서 22.6%(166조 5천억원)을 차지했던 해외주식의 수익률(30.63%)이 눈에 띕니다. 다음으로는 전체 투자 중 18%(132조 3천억원)인 국내 주식이 12.58%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전체 투자 총액에서 40%를 차지하는 해외주식과 국내주식이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2018년에는 각각 –6.19%, –16.77%를 기록했습니다. 한해 사이 큰 폭으로 흑자 전환되면서 전체 수익률 상승에 큰 힘이 됐습니다. 2018년 4.21% 수익률을 기록했던 해외채권도 2019년 11.85%로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 주식과 해외채권의 수익률이 크게 증가한 것과 더불어 국내채권(4.85%→3.61%), 대체투자(11.8%→9.62%)도 수익률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보통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는 주식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을 고려하면 주식에서 큰 수익을 보고 채권에서 손실 없이 일정 수준의 수익을 유지했던 부분이 전체 연기금의 높은 수익률에 큰 힘이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연금 성과분석팀은 2019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분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았고, 일본 수출 규제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미국과 글로벌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를 낮추는 등 경기부양에 힘쓰고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인데 힘입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해외주식 부문 수익률이 30%를 상회한데다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큰폭으로 증가한 환이익도 전체 평가이익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입니다. 해외자산 투자는 국내외 시차가 있고, 환투자정보 수집 등에 애로가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국내투자 보다 복잡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9년 국내 증시가 저점을 찍던 당시에 자금을 풀어 ‘매수’에 나섰습니다. 반도체 업종 중에서 일본 수출규제의 타격을 맞았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장비 종목을 사들였습니다. 국민연금의 이런 매수는 업계와 시장에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반도체산업과 수출기업의 실적 회복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이 높은 국내 주식 부문 수익률(12.58%)의 이유로 꼽힙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지난해 국내 금융업계를 뒤흔들고 올해 들어서도 검찰조사로 이어지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투자를 피해간 것이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국민연금은 “업계에서 라임 사모펀드 구조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투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고 했는데 DLF에 584억원을 투자했다가 476억원을 날린 타 기관 기금과는 대조되는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궁금해지는 것은 2020년입니다.


2020년 새해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이 전세계적으로 범유행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주식 등에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부정적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긴호흡으로 장기 수익률을 중요하게 보고 운영하는 국민연금 기금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국에서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감염환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시 휴업에 돌입하는 기업체와 공공기관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업무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될 수 있도록 본부가 있는 전주와 서울(2곳) 대전 등 4곳의 사무실에서 분산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은 기금운용본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필요시에는 온라인 소통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국민의 소중한 노후자금 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우리 모두가 협조해야겠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클릭)

해외 연기금에 비교해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클릭)


글 / 이재호 기자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 2018년 8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 수상.

21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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