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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이 저조하다.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캐나다 등

4개국의 5년(2014~2018년) 장기수익률이

연평균 4.4~10.7% 수준인데 한국은 4.2%였다."



2018년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이 -0.92%로 약 5조8671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일부 언론에선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대체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며, 연금 사회주의로 가기 위해 국민연금은 정부의 정책 도구로 전락했고, 수익률은 관심 밖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조금 갸우뚱합니다.


연금 기금의 규모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일 텐데

단순히 국가별로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네 개의 국가 중 한 곳은 5년(2014∼2018년) 수익률이 4.4%라는 것인데 그 국가는 어디일까요? 연평균수익률이 0.2% 포인트 낮다는 사실이 비판을 받을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기사가 인용한 원자료를 먼저 찾아봤습니다. 



기사가 인용한 5년간 해외 주요 연기금의 장기수익률 자료의 출처는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실에서 2019년 8월에 펴낸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입니다.  


해당 자료에서 <해외 연기금 자산운용 현황> 항목에서 6개 주요 국가의 수익률 현황을 볼 수 있는데요. 2016∼2018년까지 매년 기금 수익률 현황과 함께 5년 평균수익률, 10년 평균수익률을 정리했습니다. 5년(2014~2018년) 평균수익률은 캐나다(CPP)가 10.7%로 가장 높았고, 미국(CalPERS) 8.1%, 네덜란드(ABP) 6.2%, 노르웨이(GPFG) 4.7%, 일본(GPIF) 4.4%, 한국 4.2%로 한국이 가장 낮았습니다. 


그런데 보다 장기적인 수익률을 보기 위해 기간을 10년(2009∼2018년)으로 늘리면 내용이 조금 달라집니다. 한국의 평균수익률은 5.5%로 일본(5.0%)와 미국(5.7%)의 사이에 위치합니다. 노르웨이(8.3%), 네덜란드(8.7%), 캐나다(11.3%)는 여전히 한국보다 평균수익률이 높습니다.


"한국의 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은

해외 주요 연기금에 비해 왜 수익률이 낮을까요?"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투자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권이 53.2%로 높은 비중을 차지해 ‘수익’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외 연기금의 경우는 대부분 채권의 비중이 30% 내외로 주식 및 대체투자 비중이 국민연금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캐나다 연금의 경우는 채권의 비중이 19%로 가장 낮았습니다. 채권의 비중이 낮은 것과 반비례해 수익률은 가장 높았지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캐나다는 해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85%로 국내 투자(15%)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국내투자가 70%를 차지하고, 해외투자가 30%인 한국 국민연금과 극명하게 대조됩니다.

 

예산정책처는 캐나다 연금의 투자다변화가 1998년 연금개혁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분석합니다. 이전의 캐나다 연금 정책은 비양도성 주정부 채권에 주로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개혁 이후 캐나다 연금은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투자대상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구했습니다. 


보통, 연금기금의 규모가 클수록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6개 국가(일본, 노르웨이, 한국,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중 5년 평균수익률이 6% 이상인 세 국가(네덜란드, 미국, 캐나다)의 연금기금의 규모가 한국보다 작은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국민연금 보다 규모도 크면서 수익률이 높은 국가는 노르웨이(10년 평균수익률 8.3%)인데요. 노르웨이는 기금 전액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의 과열을 피하고, 유가 변동의 영향으로부터 기금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노르웨이는 66.8%를 주식에 배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기에 있고 주식시장이 호황이었던 지난 5년(2014~2018년), 10년(2009∼2018년) 간의 노르웨이 기금운용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엔 무려 -23.31%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해 국민연금은 -0.18%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 –0.92%로 -1%가 채 되지 않는 손실에도 난리가 났던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23.31%를 기록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노르웨이는 전체적으로 등락의 폭이 큽니다만 장기간으로 보면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1998~2018년으로 기간을 늘려 보면 노르웨이 기금의 20년 평균 수익률은 5.96%로 같은 기간 한국의 평균 수익률(6.58%)을 밑돕니다.



종합하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의 비중이 높고, 규모가 큰 국민연금 기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기록하고 있는 수익률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기금이 운용에 성공해 높은 수익률을 내면 그만큼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납부하는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고도, 마치 보험료율을 높인 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단기간 수익률 비교로 기금운용의 성패를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은 섣부릅니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서 인용한 내용은 전형적으로 기사를 쓰기 위해 ‘보고 싶은 것’ 만을 본 경우에 해당합니다.



전문가들은 연금기금 수익률의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투자 성과와 연금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국민연금을 감시하면서도, 일부 자료를 발췌해 기금 운용을 비판하는 보도에 휘둘리지 않고, 정확하게 수익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국민 여러분의 인내심 있는 ‘매의 눈’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클릭)


글 / 이재호 기자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 2018년 8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달의 좋은 보도 수상.

21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수상.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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