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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국무회의에서 ‘5% 룰(rule)’을 완화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시민단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과도한 경영권 개입이 우려된다’와 같은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5% 룰은 어떤 내용이길래 이같이 관심이 집중된 것일까요. 5% 룰은 한마디로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보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왜 그 주식을 보유했는지,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보고하는 것이죠. 또 1% 이상 더 보유하거나 팔 경우에도 보고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라는 회사의 보통주(의결권이 있는 주식)는 100만주입니다. 이 회사의 주식을 국민연금이 5만주를 매입합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주식을 매입한 지,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보유 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입니다.


문제는 보유 목적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보유 목적에 따라 공시 의무도 달라지기 때문에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지, 주지 않는지 구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경우, 5일 이내에 상세히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일반 투자자는 한 달에 한번, 약식으로 보고하면 됩니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의 경우에는 분기마다 약식으로 보고하면 됩니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모두 313곳입니다. 이들 기업의 지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진다면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노출 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금융위원회에 ‘5% 룰 때문에 국민연금의 상세한 투자 전략이 공시를 통해 노출돼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어떤 것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지 범위를 명확히 했습니다. 우선, 주주의 기본 권리인 ‘배당’과 관련된 주주활동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분류했습니다.


공적연기금 등이 사전에 공개한 원칙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것도 일반 투자로 판단했습니다. 단,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에 한정하지 않고 투자 대상 회사의 전체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국민연금이 어느 한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불법을 저지른 임원의 해임을 요구하는 것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투자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럼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주주권 활동은 무엇일까요? 특정 인물을 임원으로 뽑거나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주주활동을 경영참여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안 모두 회사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어떤 주주활동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었는지 명확히 한 것 이외에도 바뀐 것이 있습니다. 주식의 보유 목적에 따라 공시의무를 차등화 한 것이죠. 우선,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주주활동을 ‘일반 투자’와 ‘단순 투자’로 구분했습니다. 의결권만 행사하는 단순투자와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는 일반투자와 똑같은 공시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이죠.


단순 투자는 말 그대로 의결권만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나 상관 없이, 말 그대로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공시 의무만 부과했습니다.


일반 투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배당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보편적 의미의 지배구조 개선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일반 투자의 경우, 공적 연기금은 다음달 10일까지 약식으로만 보고 하면 됩니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주주활동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합니다. 다만, 상세하게 보고하는 것에서 약식 보고로 바뀌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룰이 바뀐 것을 두고 한편에서는 ‘과도한 경영권 간섭’, ‘연금 사회주의’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말 그럴까요? 다음 순서에서는 5% 룰 개정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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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상영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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