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가들은 주주활동의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단순 거수기 역할을 넘어,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죠.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의 7가지 원칙 중에서도 다섯 가지가 주주활동 관련 사항일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그렇다면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주주총회에서 찬반을 표시하는 의결권이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 여부만을 드러난다는 점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소극적인 형태의 주주활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3월 12일부터 3월 27일까지 총 96개 상장기업(유가증권기업 89개, 코스닥기업 7개)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미리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서신발송과 사적대화, 주주제안, 위임장 대결 등을 통해서도 주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서신 발송은 투자 대상기업의 경영진에게 서면을 통해, 사적대화는 경영진 등을 직접 만나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주주제안은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것으로 주주 활동의 적극적인 유형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죠. 배임·횡령 등으로 실형을 받은 임원은 자격을 박탈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찬성률 48.66%로 안건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국민연금은 지분(7.16%)보다 많은 주주의 찬성표를 끌어냈습니다.
주주제안과 사적 대화는 보완적 형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경영진에 서신이나 미팅을 통해 의견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에는 주주제안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주주제안을 먼저 한 후 경영진과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도 합니다.
위임장 대결은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헤지펀드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경영진을 무력화하기 위해 주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외 연기금에서는 위임장 대결로 까지 가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앞서 해외 주요 연기금은 적극적인 형태의 주주활동을 확대해 왔습니다. 1932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기업과의 사적대화나 서신 발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규모의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도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공시 강화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주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그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곳에서는 주로 어떤 문제에서 목소리를 낼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원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각국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보면 기관투자자는 주기적으로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적 요소와 비재무적 요소를 점검해야 합니다. 일본과 영국처럼 비재무적 요소로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라고 명시한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비재무적 요소에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를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익성이나 공공성, 독립성이 주요 원칙이었는데 여기에 ‘지속가능성’을 추가한 것이죠. 13년 만에 기금운용원칙을 개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떨어져 C등급 이하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기업 가치 훼손, 주주 권익 침해 우려되는 경우에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한 것이죠.
앞서 국민연금은 횡령이나 배임, 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해서는 기업의 개선의지가 없는 경우 기업명을 공개하거나 공개서한 발송,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특히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던 공시 규정도 완화되면서 주식의 가치 제고를 위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전체 주식 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313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횡령이나 배임 등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한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어디까지 왔나?(클릭)
글 / 박상영 기자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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