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배당 성향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보다 약 55% 높아졌다.
사회적 책임 투자 컨설팅사인 서스틴베스트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효과 연구’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배당성향도 높아졌습니다.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은 그룹의 배당 성향 평균을 100점이라고 봤을 때 ‘지분율 5% 이하 그룹’의 배당 성향은 120점, ‘지분율 5% 이상 그룹’의 배당 성향은 155점에 달했습니다.
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업의 배당성향은 높아졌을까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지침’을 말합니다. 배당이 늘어난 것도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이 지침에 따라 기업의 배당을 유도한 데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기관 투자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중요성도 덩달아 부각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식을 단순 매도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주식투자 비중이 늘고 대량 매각으로 수익률이 하락할 우려가 커지면서 적극적인 경영 감시 활동으로 방향이 변화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바로 이 같은 경영 감시 활동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기관 투자자들의 주주 관여 활동이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불을 붙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영국 금융당국이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견제 역할을 강조하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것입니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일본 등이 자국 여건에 맞게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했습니다.
한국은 2016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왔습니다.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라는 명분하에 기업 경영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것이 대부분이었죠.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인 2017년에는 상장기업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견 비중이 2.8%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이는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율(20.9%)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지만,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우려의 밑바탕에는 특정 기업의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수익률 최대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다는 이유가 깔려 있었습니다. 특히,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경우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런 우려를 더욱 부추겼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반대할 때 ‘연금 사회주의’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입니다.
반면,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투명한 지배 구조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을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총수 일가에 소유와 경영이 집중된 구조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 구조로 만드는 것이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죠.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모든 정당이 도입을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스튜어드십 도입 기관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도입 기관이 18곳에 그쳤지만 지난해 말 기준, 116곳으로 증가했습니다. 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에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뉴스가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가 자연스러워진 만큼 얼마나 잘 운용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보수와 진보, 양측 모두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경제의 구조개혁을 이끌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의 원활한 정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 / 박상영 기자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외부 필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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